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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홈런 치고 들어온 오타니를 덕아웃 에인절스 선수들 아무도 환영해주지 않은 이유 '침묵 환영(silent treatment)'이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4. 4. 13:17

오타니 쇼헤이가 MLB 시범 경기에서 투구 뿐만 아니라 타격까지 부진하자, 오타니의 타격이 이도류가 아닌 이류다, 오타니 쇼헤이의 타격 실력은 마이너리그도 아닌 고등학생 수준이라고 비난했던 그 분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요?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 데뷔전에서 멋지게 첫 승을 신고한 오타니 쇼헤이가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습니다. 에인절스 홈구장에 선발 출전한 첫 경기에서부터 무려 스리런 홈런이었습니다.



오타니 쇼헤이는 2018년 4월 4일 미국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경기에서 8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을 했습니다. 오타니가 에인절스 홈구장인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출전한 첫 공식 경기라고 할 수 있을만큼 홈팬들의 관심이 컸던 경기였죠.


근데 역시 난놈은 난놈이었습니다. 홈구장 타자 데뷔 첫 경기, 그것도 1회 첫 타석에서 오타니는 대형사고를 칩니다. 투 아웃 주자 2, 3루 상황에서 상대 선발 조시 톰린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볼카운트 투 스크라이크 투 볼에서 조시 톰린의 6구째 밋밋한 커브를 강타해서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쓰리런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무대 첫 홈런을 장식한 것인데요.


<오타니 홈런과 침묵 환영>


근데, 위의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정도의 극적인 홈런, 다시 말해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외국에서 온 최대 기대주 선수가 그간 시범 경기에서의 부진을 홈구장 데뷔 첫 타석에서 스리런 홈런으로 부진을 씻는 신호탄을 날린 것에 비해 에인절스 선수들의 환영은 그다지 격하지 않았습니다.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타니 쇼헤이가 우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을 치고 홈베이스를 밟자 경기장에 대기중이던 다른 타자들과 주자들이 손을 맞닦뜨리며 축하를 해줍니다. 몸을 부딪치는 슬램이나 격한 하이파이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는 정상이라고 볼 수 있죠. 



근데 오타니가 덕아웃으로 들어와서 에인절스 동요들을 바라보며 양팔을 들어 올리며 웃음지으며 좋아라 하는 표정을 보여도 덕아웃 안에 앉아 있던 에인절스 선수들은 오타니 쇼헤이를 바라보지도 않고 홈런 타자를 방관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해설진은 계속해서 흐뭇한 웃음 소리를 날리구요 ^^)


이에 오타니가 등을 돌리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을 뒤에서 껴안아 괴롭히자, 그 때서야 에인절스 선수들이 모두 환호성과 함께 오타니 선수의 둘러 싸며 등을 두들기면서 축하를 해주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왜 홈런을 치고 들어온 오타니 쇼헤이에게 에인절스 선수들은 외면을 했던 것일까요?


<홈런 타자 오타니를 등지고 외면하는 에인절스 선수들>


그건 바로 메이저리그의 전통 중의 하나인 침묵 환영, 영어로 '사일런트 트리트먼트 (silent treatment)'라고 불리는 의식 때문입니다. '침묵 환영'이라는 것은 애초 19세기 초 교도소에서 신입 재소자를 구타 등의 방법으로 신고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참에게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시초라고 하는데요. 


그런 교도소에서 쓰였던 침묵 환영이 메이저리그에서는 데뷔 첫 홈런을 치는 타자에게 전통처럼 행해지는 일종의 의식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이 침묵 환영의 희생자(?)가 된 적이 있는데요. 지난 2016년 5월 29일 볼티모어 오리올즈 소속의 메이저리그 타자 김현수 선수도 팀이 5대4로 역전을 하는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을 치고 나서 덕아웃에서 오타니와 같은 침묵 환영을 받았습니다. 


당시 김현수 선수가 플래툰 시스템으로 볼티모어 감독의 미움을 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돌던 때라, 김현수 선수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에 팀동료들이 눈길 한 번 주지 않아 김현수 선수가 민망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 방송에 노출되자, 한국 야구팬들이 "현수가 그렇게 밉더냐"며 탄식을 뱉기도 했다지만, 그 순간 덕아웃의 동료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축하해주자 감격에 겨웠던 네티즌들이 많았죠. ^


아울러 같은 해 7월 19일에는 당시 애너하임 에인절스 소속으로 활약했던 최지만 선수가 5회 선두 타자로 나와 솔로 홈런을 기록한 후 전통의 침묵 환영을 받기도 했습니다. 


<데뷔 홈런 이후 썰렁한 반응에 어색한 웃음을 짓는 김현수 선수>


물론 이 침묵 환영 세레모니는 국내 프로야구에도 언젠가부터 도입이 되어 성행중입니다. 지난 2016년 7월 26일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롯데 외야수 짐 아두치를 대신해서 들어온 용병 저스틴 맥스웰이 5회초 1사에서 한국 무대 첫 데뷔 홈런을 치게 됩니다.


한국 무대 마수걸이 홈런이라 본인이나 팀동료들이나 너무 기뻤을 것이 당연한지라, 맥스웰은 덕아웃의 조원우 감독과 코치들에게 한국식으로 90도 폴더 인사까지 했지만, 그러나 덕아웃의 동료들은 무심하고 싸늘한 표정과 함께 홈런 타자 맥스웰을 개무시하죠.


한국 야구가 이런 식인가 싶어 황당해하는 순간 그 때서야 덕아웃의 롯데 동료 선수들이 맥스웰을 둘러싸고 환호를 하자, 아 장난이었구나 하며 침묵 환영을 실감하게 되었던 맥스웰이었죠. 



사실 많은 선수들이 그런 식의 침묵 환영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막상 프로 경기 데뷔 홈런을 치게 되면 너무 흥분해서 그 사실을 까먹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타니 선수는 이미 일본 무대에서 침묵 환영을 겪어본 것인지 자신을 환영해주지 않았던 덕아웃 동료들을 자기가 직접 괴롭히며 아양을 떠는(?) 모습까지 보여준 것을 봐서 이미 에인절스 동료들의 냉담한 무신경이 침묵 환영인지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침묵 환영, 영어로 '사일런트 트리트먼트 (silent treatment)', 재미난 야구의 의식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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